크리스마스날 점심 식사하려고 11월에 미리 예약해 놓았던 파씨오네. 원래 파씨오네 런치는 5만 원이지만 크리스마스라 가격은 10만 원이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10만 원 내고 먹을 건 확실히 아님. 한 번도 가본 적이 없다면 5만 원 내고 한 번 가 볼만한 곳. 두 번은 안 갈 곳...
식전 빵과 버터가 가장 먼저 나왔는데 사진을 깜빡했다. 그래서 다음으로 나온 아뮤즈 부쉬부터. 그냥 먹을만했다. 대단히 입맛을 돋우거나 하는 건 없었음.
에멘탈 치즈가 들어간 양파 스프. 따듯해서 좋았다. 치즈를 좋아해서 이건 괜찮았다. 근데 치즈랑 같이 안 먹으면 그냥 그랬다.
다음 요리. 같이 구워진 파프리카가 맛있었고, 샐러드 밑에 큰 관자가 있었는데 식감은 괜찮았다. 해산물에서 비린 맛은 나지 않았음.
푸아그라 소스가 어우러진 닭고기 요리... 아무 감흥이 없었나 보다... 먹긴 했는데 기억에 남는 게 아무것도 없음.
안에 게살이 들어 있던 걸로 기억함. 맛이 괜찮았음.
정말 솔직히 말해서... 그냥 문방구 같은 데서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는 모두가 다 아는 슬러시 맛이었음. 맛없다는 건 아님.
양고기. 질겨서 턱이 아팠다. 맛은 이날 파씨오네에서 먹은 것 중 두 번째로 가장 좋았다.
다음으로 나온 장미차. 그냥 아는 그 장미차 맛.
다음으로는 밀푀유! 이건 진짜 좋았다. 먹은 것 중 이게 제일 맛있었기 때문에... 이거랑 메인 양고기 말고는 솔직히... 다 그냥 그랬다. 하지만 이 밀푀유는 정말 인정. 제일 나았음.
밀푀유 먹고 나니 젤리와 누가를 주셨다. 빨간 건 라즈베리 젤리. 하얀 건 연유로 만든 누가. 라즈베리는 절대 과육으로 만든 게 아닌 것 같았다. 라즈베리 잼이랑 똑같은 맛이었음. 그리고 과육도 하나도 씹히는 게 없었다. 누가는... 젤리도 충분히 달았는데 이건 진짜 극강의 단맛이었다. 여태까지 먹은 거 다 소용없게 만들 정도로 달았다. 혀 마비되는 줄.
마지막으로 나온 디저트. 빵 사이엔 얼그레이 아이스크림이 끼어 있었다. 밑은 패션 후르츠. 누가가 너무 달아서 이미 입맛이 엉망이 된 상태였는데 빵도 또 개달아서 빵은 반만 먹고 반은 안 먹었다. 아이스크림은 맛이 있었음. 아이스크림이 빵보다 훨씬 덜 달았다. 위에 거는 그냥 패션후르츠가 제일 맛있었다.
내가 파씨오네에서 점심 식사하고 느낀 건 모든 음식이 전반적으로 다 짜고, 그게 아니면 달다는 것. 짠 거 아니면 단 거. 그게 다다. 중간이 없음. 음식마다 언급하면 지겨울까봐 일부러 적지 않았는데, 그릇 하나 비울 때마다 물을 몇 번씩 먹어야 했다. 나만 그런 거 아니고 같이 간 일행 두 명도 계속 물을 마셨다. 그리고 재료가 신선한 느낌이 없었다. 특히나 야채. 사진은 채도를 살려놔서 괜찮아 보이는데 실제로 음식을 받았을 때 힘이 하나도 없었고 완전 파릇파릇하지 않았다. 해산물도 나쁘지 않은 정도였지만 아주 신선하지는 않았다.
식사 끝나고 우리 중 누구도 아무도 만족한다는 말 없이 나왔다. 일행 중 한 명은 파인 다이닝 식당 자주 다니는 편인데 음식도 다른 곳들이 더 나았고 친절도도 그다지 높지 않은 편이라고 했다. 나는 미슐랭 가이드에 소개되거나 스타를 받은 곳을 가본 적이 최근 다녀온 가온뿐이라 비교대상이 하나뿐이었는데, 오히려 처음을 너무 좋은 곳에서 시작해서 그런 건지는 몰라도 이걸 10만 원이나 받았다는 게 좀... 어이없었다. 나의 경우 친절도는 나쁘지 않았음.
아. 그러고 보니 미쉐린 가이드에 나온 곳 중 가본 데가 하나 더 있었네. 뉴만두집. 난 파씨오네 또 갈 바엔 만둣국 두 그릇 먹을란다.
프랑스 여행 당시 방문했던 여러 레스토랑들, 영국에서 지낼 때 다녀본 프렌치 레스토랑들이랑 절대 비교 불가하다. 파씨오네는 그런 진짜 프랑스 맛 찾으러 가는 곳 아님. 외국에 많이 다녔거나 음식에 일가견이 있는 사람들은 실망할 맛.
결론. 5만 원이면 먹을만하다. 크리스마스 같이 가격 10만 원으로 뛸 땐 비추(10만 원 내고 먹을 바엔 12만 원 내고 가온 런치 먹는 게 더 낫다고 생각). 특별한 날 말고 평범한 날에 분위기 내려고 런치로 가는 건 괜찮을 듯.
저녁에 마라샹궈 먹었는데 그게 더 맛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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